치유의 마음을 담은 일상목물
히말라야의 아름다운 일출을 만날 수 있는 사랑곳(Sarangkot). 안나푸르나의 장엄한 능선을 한눈에 담을 수 있는 이곳에는 매일 새벽, 수많은 이들이 모입니다. 경상남도 함양군, 여기에 네팔의 아름다운 사랑곳을 닮은 작은 게스트 하우스가 있습니다.
새벽녘 마당에 서면 지리산의 아름다운 능선을 따라 고요한 운무가 내려앉는 아름다운 이 곳에 한때는 주얼리 세공사였고, 지금은 목수이자 카빙 작가 서정탁의 작업실이 있습니다.
세공사의 손길, 보석에서 나무로
그의 작품을 처음 본 건 대구의 한 편집숍에서 였습니다. 손으로 깎고 다듬는 손길이 수 만번 스쳐지나간 작은 나무 접시가 눈길을 잡았죠. 왜 였을까? 그를 만나고 이야기를 나누면서 작은 호기심이 조금씩 사라졌습니다.
“일본의 오트쿠튀르 주얼리 브랜드에서
보석을 다루는 일을 했습니다.”
그와의 인터뷰는 담백했고, 솔직했습니다. 그는 대학에서 금속 공예를 전공하다가 일본 유학길에 올랐고. 세공에 집중하게 되면서 결국 졸업 후에는 교토 기반의 주얼리 회사인 니와카(Niwaka)에 입사하게 됩니다. 이후 회사의 오트쿠튀르 주얼리 브랜드 한국 지사로 발령 받아 7년 동안 세공사로 일했죠.
“예민한 성격인데다 세공사로서 작은 실수도 용납되지 않은
작업 환경탓에 시간이 지날수록 예민에 예민이 더해졌어요.
결국 일을 놓을 수 밖에 없었죠.”
담담한 어투에서 힘든 시기를 지나온 사람에게서 느껴지는 단단함이 느껴졌습니다. 오랜 시간 돌고 돌아 찾은 건, 다시. 무언가를 만드는 일.
하지만 그의 손에는 금속도, 보석도 아닌 나무가 들려있습니다. 작가는 나무를 통해 차가움 대신 따뜻함이, 예민함 대신 섬세함이 손에 닿으니 힘들었던 마음이 치유가 되는 기분이 들었다고 말해주었습니다. 그래서일까 그의 작품에는 따뜻한 감성이 배어있는 느낌이 듭니다.
지리산 품 안에서 깎아낸 시간
1년 정도 목공을 배우고 이후에는 독학으로 목물(木物)을 만들기 시작한 서정탁 작가. 그리고 창 너머 지리산이 한눈에 들어오는 경남 함양군, 이곳에 직접 작은 공방을 지었습니다. 창문은 계절마다 바뀌는 풍경화가 되고, 12번의 계절이 지나는 동안 그는 지리산의 품 안에서 조용히 나무를 깎았습니다. 그의 손 안에서 박달나무는 숟가락이 되고, 하드 메이플 우드는 꽃잎 모양의 플레이트가, 체리 우드는 의자가 되었죠.
나무를 깎으면서 마감 방식에 대한 고민도 커졌다는 작가님. 다양한 시도 끝에 그는 전통 옻칠의 매력에 빠졌고, 옻나무 수액을 사용하는 전통 방식을 배우기 위해 남원까지 오가는 수고로움을 2년째 감수 중이라고 합니다. 좀 더 쉽고 간편한 개량 옻칠 방법도 있지만, 완벽주의 성격 때문인지 세밀한 온도와 습도 차이, 시간과 공을 들여야 하는 칠의 반복과 건조, 연마의 과정을 5일 이상 거쳐야 하는 전통 옻칠 작업을 고수하고 있는 건 어쩌면 그의 완벽주의적인 성격 탓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순례길은 자신을 되돌아보고, 삶의 의미를 찾거나 마음을 치유하기 위한 여정이라고 합니다. 인터뷰를 마칠 무렵 메챠(Metsä)는 작가 서정탁이 오른 순례길에서 찾은 작은 쉼터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앞으로는 전공을 살려 나무에 금속을 접목한 작업이나 가구 제작까지 작품 영역을 넓혀보고 싶다는 작가, 서정탁. 메챠가 걷는 길 위에 펼쳐질 아름답고 새로운 작업들을 기대해 봅니다.